201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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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강영란 

백화등은 솜빡 피고

 

 

 

떠난 사람의 여린 발목이 그리워질 때면 저 꽃이 온다네

그가 걸어 간 천년의 건널목

절벽을 움켜쥔 꽃들이 흰 풍등을 올리면

마음이 먼저 따라가는 저물녘

 

소리 없는 바람개비에 향기 실어 보내며

몇 번이나 생을 건너야

그 고요에 닿을 수 있는 건지

내가 올린 풍등은 어느 날에 푸른 달의 심장이 되어 떠오르는 건지

 

피지 마라! 꽃 따위로는

그 말 들어주지 못한 후회로

백화등은 솜빡 피고

피어서 그대를 닫을 수 없어져 버리고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만 몸을 기울이는 허공

 

사무친 것들이 있어서

열린 꽃 문으로 향기 몇 동이

퍼붓는 것이니

 

사랑이여

희게 오는 사랑이여

그만 건너오시라

봄밤은 짧으니

 

 

 

 

 

 

 

 

 

 

 

 

 

 

 

신작시(강영란).jpg

강영란 ㅣ

1998년 《한라일보》, 2010년 《열린시학》 등단. 시집 『소가 혀로 풀을 감아 올릴 때』 『염소가 반 뜯어먹고 내가 반 뜯어먹고』 〈서귀포문학상〉 수상.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7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