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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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최옥향 

다시 고도를 기다리며

 

 

 

오리라는 것과

오지 않으리라는 것의 사이

기다림이 섬기는 것은 오직 희망이었다

 

두 손 가지런히 공손히 앉았다가

불현듯 일어나 서성거리는 것이

기다림이란 전조 증상이었다면

걸을 수 없는 아버지의 아버지가

벽에 세워놓고 기다린 지팡이는 지병이었다

 

잎을 틔우고 꽃이 필 거라고 물려준 지팡이는

또다시 툭, 문이 닫히는 소리로 쓰러지고

아득하게 바라보는 길 끝에서

핏빛 같은 노을에 눈을 베어도

캄캄함 속으로 오는 이 쓸쓸한 푸른 기미는 무엇인가

 

이제 백 번째 이력서를 품고

시지프스의 바위 같은

무거운 문을 미는 희망에게

내 죄를 허물어 발밑에 뿌려

그 보폭마다 경배하고 싶다

 

때론 화들짝 화답하기도 하는 등 뒤의 바람은

붉게 밑줄 그은 오래된 경전 속

그 문장의 가지 하나를 끌어올려

허공에 내걸기도 할 것이다

 

 

 

 

 

 

 

 

 

 

 

 

 

 

 

 

 

신작시(최옥향).jpg

최옥향 ㅣ

부산 출생. 2007년 《농민신문》 등단. 시집 『도마뱀과 소문』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7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