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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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나금숙 

떠도는 말

 

 

 

고요가 앉아 있곤 하던 돌로 된 식탁은

오랫동안 너만을 위해 놓아두었다.

사과주와 냅킨과 얼어붙은 공기,

낮달을 건너가는 검독수리가 눈여겨보는 것들.

시간이 고의로 방치한 트렁크 속에는

가장 무서운 테러, 사물의 변모가!

너의 슬픔을 녹여보려고

갓 찧은 곡물을 사다가 차를 끓였다.

고유하고 성실한 죽음에 대한 의도들이

성당의 낯선 흰빛에 부딪혀

눈부실 때,

심해 상어가 가슴지느러미를 내리고

튼튼한 등을 구부린다.

그때 우리는 헤어질 때가 된 것이다.

한 방울의 무(無)를

시금치 씨처럼 뿌려놓고 자정을 기다린다.

창밖 풍경이 볼 때마다 달라지는

그 집에서

걷어올려진 커튼처럼

우리는 반짝이는 바깥으로 달아난다.

 

 

 

 

 

 

 

 

 

 

 

 

 

 

 

 

 

 

신작시(나금숙).jpg

나금숙ㅣ

2000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레일라 바래다주기』 등이 있음. 2002년 문예진흥기금, 2017년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현재 논술 교사.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7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