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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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황유원 

너무 예쁘다

 

 

 

집에 와서 네가 싸준 귤 혼자

까먹는데

귤 까는 소리가 너무 예쁘다

그것은 나를 안아주는 소리

나의 미래를 염려해주는 소리

나와 함께할 너의 미래까지를 염려하는 소리

귤껍질은 까면 순순히 벗겨진다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러나 힘차게

비굴한 눈빛 하나 없이

천천히 까면 그것은

혼자 고요 속에 눈 밟는 소릴 내고

빨리 까면 눈을 꾸욱, 내리밟는 소릴 낸다

귤 까는 손은 또 언제나 너무 예쁘고

그럴 때 그건

벌레 하나 못 죽일 것 같은 손이다

너는 귤껍질 까는 거 하나도 막 하지 않고

귤에게 예의를 지키는 사람

귤 까는 모습만 봐도

그 사람이 누군지 알 것 같다

귤 하나 깠을 뿐인데

거기서 네 영혼의 소리 들려온다

나는 발가벗겨지고

그것이 뭐가 됐든 이대로 여기서 끊어지진

않길 바라며 천천히 혼자서 귤을 까본다

귤 까는 소릴 들으며

떠오르는 겨울의 모든 장면들을 한구석에 잘

포개어본다

너무 예쁘다

 

 

 

 

 

 

 

 

 

 

 

 

 

 

 

 

 

신작시(황유원).jpg

황유원ㅣ

2013년 《문학동네》 등단. 시집 『세상의 모든 최대화』가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7년 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