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 저자 | 문선정 | ||
|---|---|---|---|
아내의 가구
빨간 딱지가 문을 열고 들어와 가구에 들러붙었다
환한 구름이 모르는 척 지나가고 주변은 빠르게 어슬해졌다
놀란 가구들이 방향을 잃고 기우뚱거리다 털썩 주저앉았다
붉게 충혈 된 가구의 눈빛을 피해
피아노 뚜껑을 열고, 아내는 피아노 소리로 울었다
의문스러운 음표로 가득 채워지는 집
햇빛이 밝아졌다가 스르륵 꺼지는 화물기차 같은 집
짐칸의 검은 물체로 짐이 되어버린 나,
아내의 것이었으되 아내의 것이 아닌 가구가 커다란 몸을 덜컹거리며 소리를 지른다
우리 어디로 가는 거야?
나는 가구와 아내의 면밀한 관계를 살피는 중이다
아내의 어깨와 가구의 어깨 사이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 끼어 있는 것이 쓸쓸하고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불안이 쓸쓸하고
나보다 가구를 더 사랑하는 일에 익숙해진 아내를 바라보는 이런 출렁거림이 쓸쓸하고
그러나 이보다 더 참을 수 없는 쓸쓸함은,
지푸라기도 없는 고요 가운데 흩날리는 아내의 머리카락이 더 쓸쓸한 것이다

문선정 ㅣ
2014년 《시에》 등단.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7년 3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