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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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배수연 

 

 

파이프 오르간이 없는 집

 

 

왼쪽 가슴만 부푼 채로 침대에 누우면

너는 금방 알아차렸다

키 낮은 구름 사이를 다니느라

종일 얼굴이 휘감긴 너는 지친 가래를 구름 밖으로 뱉으며-

 

거짓말을 많이 했니?

 

우리 집엔 파이프 오르간이 없으니까

도둑들이 담벼락을 타며 페달을 밟지 못하네 굴뚝은 소리를 울리지 못하네

종일 대문 앞에서 우리 아이는

아코디언이나 불고 있겠지

거기가 지저분한 곰 인형 누더기

낙엽과 구분이 안 되는 표정을 하고

 

듣고 싶다

대성전의 배관을 울리려고

생쥐들이 건반에 머리를 찧고

선반에서 연장통이 쏟아지는 일

듣고 싶다

창문들은 서로 마주 보려고

밤새 열린 채 소리를 불어내는 일

 

뭐라고?

마루에 누워 똑똑-

네가 묻힌 곳을 두드리네

네가 여기에서 자니까

너는 성인의 유골이 아니니까

천장에 구름은 재를 섞어 죄를 감추고

우리의 잔에는 바꿔치기한 황금과 몰약

저녁 식순에는 여전히

오르간 연주가 없고

 

 

 

 

 

 

 

 

 

 

 

 

 

 

 

 

 

 

 

 

 

 

 

 

 

 

신작시(배수연).jpg

배수연 ㅣ

2013년 《시인수첩》 등단.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7년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