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 저자 | 윤성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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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커피
음악이 의자에 기대 눈을 감으면
오후 세 시도 사람에 스민다
뜨겁고 흰 여백이 일렁이는 창밖,
한 모금의 구름
탁자마다 쌓이는 말들은
갈색 원두처럼 번들거린다
창문이 막 걸러낸 햇볕도
멍하니 가라앉고
시간도 입자여서 거름망을 통과하듯
일상이 빠져나가고 나면
푸석한 과거만 남아 말라간다
그립다는 건
배어든 날들이 옛일에 맺히는 온도
커피는 글썽거린다 가끔은
허구도 껴오는 거라고 설핏
제 안으로 어두워지기도 한다
먹먹하도록
바람은 구름을 떠민다
양털 같은, 벽이
컵에서 휘돌고
어디까지 가볼까 어디까지,
목숨이 한 사람을 끌어당긴다
안경을 벗어야 잘 보일 때가 있다
환한 잎들처럼
음악이 한 그루 감정을
부스스 흔든다

윤성택 ㅣ
2001년 《문학사상》 등단. 시집 『리트머스』 『감(感)에 관한 사담들』, 산문집 『그 사람 건너기』가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7년 3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