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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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조영민 

 

 

손금

―균열이라는 나무를 소유한 적 있다

 

 

소문들은 나무처럼 무성하게 성장해갔다

이파리 사라진 골짜기마다, 골절된 희망들은 늘 낡은 벽처럼 실금을 그어대곤 했고

애인은 틈만 나면 손을 들여다보며 시간을 보냈다

오월이 되어도 더는 피어나지 않던 싱그러운 단층들

허공을 무단 횡단하는 나뭇가지를 보면, 오래전 파손된 누군가와의 약속 같다

가지들의 성장이 빨라질수록 균열이 깊어져가는 집

꽃병도 아버지도, 깨졌다

문득,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내가 벌여놓은 일보다 운명이 엎지른 일이 많았고

내가 키운 가지에게 번번이 내가 감금당하는 날들이 늘어갔다

그것은 언제나 꿈속으로 되돌아왔고 내가 만지는 모든 것이 나와 닮아 있었다

근심들이 더 이상 자라지 않자 그 자리에 뒤척임이 자라기 시작했다

뿌리 밑으로 성기 같은 굴뚝을 가진 독백과 외면들이 기름지게 열렸고

비 오는 날을 골라 눈물을 익사시켜도 누군가의 계곡은 점점 더 깊고 푸르렀다

다시는 올 것 같지 않은 저녁노을 속으로 젖은 날개들이 돌아오곤 했다

 

한평생을 바람에게 다 읽힌 나무는 싱싱한 허공만 읊조리고

이승에서 내가 다 비워내야 할 경전이라고 그것들을 펼쳐들곤 했다

 

그 후로도 오래, 애인은 틈만 나면 손을 들여다보며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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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민 ㅣ

2012년 《현대시학》 등단.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7년 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