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 저자 | 배두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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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방관자
나는야 한 척의 일엽편주,
비문도 없는 속수무책이나 읽으며 생의 바다를 항해하는 중이다.
여기저기 쏟아지는 낯선 방언들,
떠나간 사람들에게서 받은 증오조차 소중히 간직하며 컴컴한 세계를 탐닉한다.
운명 아닌 운명 같은,
헛것들의 한복판에서 묵묵히 내 고향 뒷산을 짊어지고 살던 큰 바위의 침묵에 머리를 조아린다.
바위의 호적에 들어 침묵의 가솔이 되면
보고 들은 것들에게서 자유로울 수 있으려나.
어떠한 파랑(波浪)에도 휩쓸리지 않으며
파멸조차 흔쾌히 바라볼 줄 아는,
즐거운 방관자가 되기 위해 때로는 내안의 비겁과 악수를 나누고 거래를 한다.
자유를 우롱한 죄가 하나 더 늘었다.

배두순 |
경남 김해 출생. 2006년 《정신과표현》 등단. 시집 『숯 굽는 마을』이 있음. 〈경기도문학상〉 〈평택문학상〉 수상.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7년 2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