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 저자 | 김박은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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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손을 비비며 하는 인사
계단으로 걸어 내려올 때마다 알게 된다 세상에 밥그릇들이 얼마나 많은지 빈 그릇에 몰리는 파리들이 얼마나 많은지 똑같이 생긴 것들이 저마다의 안간힘으로 어떻게 애쓰는지 누구나 제 밥그릇은 갖고 난다지만 채울 방도는 알지 못해서 창을 닦는 저 사내는 허공을 향해 경비원은 출입구를 향해 주방 이모는 더러운 행주를 새로운 파출부는 걸레를 비비고 비빕니다 오늘의 밥그릇을 채우기 위해 살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든 합니다 팔고 빌고 팔기 위해 빌면서 두 팔을 두 손을 온 생을 내어주느라 텅 비어 가벼워 언젠가 날 수도 있겠어요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게 영광을, 천만에 구더기만 까마득히 쏟아집니다 아름답지는 않지만 그렇게 나쁘지도 않아요 사라지는 방식 흔적을 지우는 방법 오늘도 내일도 막연하지만 다 잘 될 거라고 마침내 좋은 날이 올 거라고 긍정은 찢어진 날개를 떨게 하고 기원은 사지를 굽게 하는 징글징글한 이 춘궁, 남은 손들을 다 쓰기도 전에 부끄러워하기도 전에 허기는 다시 또 찾아오고

김박은경 |
2002년 《시와반시》 등단. 시집 『온통 빨강이라니』 『중독』 『홀림증』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7년 2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