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 저자 | 종정순 | ||
|---|---|---|---|
날마다 촛불
빈손이 합장을 한다
세상은 온갖 불빛인데
맨손이 살아가는 방식으로 의지하는 등불 하나
캄캄한 아침, 당신이 그러했듯 촛불을 켠다
불은 무섭지만
등잔불적인 이 빛은 정겨워
무엇이든 다 들어줄 것 같아 말이 많아지고
하느님 예수님 부처님 간절히 불러본다
서러움에 실컷 울고 나면 후련해진다고 당신은 말을 했지
배가 고픈 당신이 아프다 하면 내가 눈물이 나듯
눅눅한 나의 기도를 차분히 듣고 있는 촛불도 알몸뚱이, 눈물이 많아서
나보다 먼저 눈물을 흘린다
온몸이 귀가 되어 빛이 되어 녹아내리는 촛불 앞에
합장이 긴 것은 등불 너머의 기다림……
속는 게 아니라 앞으로 끝없이 걸어가야 만날 수 있는 게 희망이라고, 그래서
개똥벌레도 앞으로 앞으로 반짝대는 거라고 웃던
장바구니에 만리초를 담아 오는 당신을 떠올리며
환해져 내가 촛불이 되어 오늘도 만 리 길 출발한다

종정순ㅣ
2016년 『시인동네』에 「뱀의 가족사」외 1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 시작. 시집 『뱀의 가족사』가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7년 1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