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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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용헌 

 

 

로제타

 

 

 

 

내가 그곳을 떠났을 때

그 나라의 지도자는 노씨 성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는 성을 버리고 낙향하여 논에 오리를 풀어 농사를 지었다.

냇물은 논물이 되고 논물은 다시 냇물이 되었다.

 

내가 그곳을 떠나 우주를 날고 있었을 때

그 나라의 지도자는 이씨 성을 가진 사람이었다.

은하보다는 운하를 좋아하여 강과 강마다

삽질과 망치질이 멈추지 않았다.

그때부터 강물은 흐름을 멈추고 호수로 변해갔다.

 

내가 그곳을 떠난 지 십 년이 흐르고

64억 킬로미터를 날아 이곳에 도착했을 때

그 나라의 지도자는 박씨 성을 가진 사람으로 바뀌었다.

아이들이 바닷물 속으로 가라앉는 순간에도

머리를 왕후처럼 올리고 거울 앞에서 화장을 즐겼다.

그때부터 바다란 바다는 지옥으로 변해갔다.

 

나는 천만다행으로 그 나라의 반대쪽에서 태어나

로제타라는 이 아름다운 이름을 얻었고

무량 무극한 어둠과 고독과 침묵과

명예보다 찬란한 별들을 하사품으로 받았다.

나는 이제 1,500개의 언어로 만든 그곳의 소식을 안고

67P라는 꼬리별에 장렬하게 전사할 것이다.

 

내가 마지막 몸을 불태우기 전

멀고 먼 그 나라의 사람들을 호명하는 것은

그곳이 나 태어난 별에서 가장 진화가 덜 된 곳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아직도 종족끼리 칼을 겨누고

혈육끼리 이전투구를 하며

차디찬 물속에서 단말마 소리가 들려도

물속에 비친 달이나 들여다보며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신작시(이용헌).jpg

이용헌ㅣ

2007년 《내일을여는작가》 등단. 시집 『점자로 기록한 천문서』가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7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