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 저자 | 배두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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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이 내리는 동안
망각의 낙엽들에게
홑이불을 덮어주는 첫눈의 이마가 하얗다
주소지를 잃어버린 남루한 것들
기억을 뒤적거리는 동안
사람의 마을에 하얀 적막이 쌓인다
골목이 갇히고 찻길이 갇히는 동안
물끄러미 창밖을 응시하는 건너편 여자 하나
풍경 속의 풍경으로 굳어간다
일찍 돌아온 태양이 하늘의 아랫목을 데우고 있다
문득 아침밥을 짓던 어머니의 아궁이가 떠올랐으나
마음 안에 다시 접어둔다
잎사귀 하나 붙들지 못한 나무들을 보며
나목(裸木)이라 불러도 보고
고목(古木)이라 불러도 보고
사목(死木)이라 불러보아도 맺힌 데가 없다
창밖을 응시하던 여자는 늦잠에 들었는지
그림자조차 보여주지 않는다
가로등 위에 모여 있던 눈덩이가 철퍼덕 떨어지자
선잠이 퍼뜩 정신을 가다듬는다
하얀 아침에 와 있다

배두순ㅣ
2006년 『정신과표현』 등단. 시집 『숯 굽는 마을』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7년 1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