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김윤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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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프다는 가깝다
학생의 과제, 한 남자 시인의 생활시에 단 해석은 썩소와 웃프다였다
늘어뜨린 목으로 레포트에서 눈 떼지 않던 표정이 거울로 옮겨간다
웃기다와 슬프다가 가깝다 못해 동거한다
구차한 살림에 유머가 산다
그러니까 조어(造語)를 이해하는 우린 닮은꼴이다
시론의 부족한 거리와 초과된 거리로 몇 점인가 생각하다 말마따나 웃퍼진다
거울에 비친 얼굴은 썩소와 동어반복 상(象)이다
반 시간가량 거울로부터 외출 준비가 끝나길 기다린다
짐짓 모르겠단 얼굴이 각도를 잡다 웃는 바람에 나도 신나게 웃어 제치다
두 눈이 딱 마주친다
동작을 줄기차게 쫓던 표정에서 딱히 무어라 설명 못할 성질의 공백이 생겨난다
지금 당신, 웃깁니까?
광원에서 나온 빛은 난반사로 뻗치고
대범하게 각진 거울 밖으로 웃프다도 튀어나온다
예각으로 깨진 유리조각인가
어지간해서는 드러나지 않는 사연이 명치께를 찌른다
입술 끝을 말아 올려도 구부러지며 돌아가는 슬픔,
점차로 분간 없는 평행,
어지럽다 유독 내 눈에 보이는 그의 이미지다
이리와 여자야, 속내 알 수 없는 표정이 여자를 감수분열한다
그러니까 지금 거리는 한 시절을 마감하는 바겐세일이 한창이고
표정을 알 수 없는 여자들은 거울에서 나와 투명하고 번쩍번쩍한 백화점 창으로 외출할 것이다
한 어절씩 말해본다
이리와 여자야, 웃프다

김윤이 ㅣ
200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흑발 소녀의 누드 속에는』 『독한 연애』가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8년 5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