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주하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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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마르 상점
잘 있죠 나는 시계를 파는 꼴마르의 상인
구두를 고치는 꼴마르 상인
스카프를 파는 꼴마르 상인
상냥한 미소로 털이 엉킨 개와 상점을 지켜요
셔터를 내린 밤거리 나는 춥고 혼자야
어제는 한쪽 귀걸이를 줍지 못해 금발 아가씨에게 뺨을 맞았어
반짝반짝 조그맣고 음흉한 녀석은 어딜 굴러다니고 있을까
그런 여자를 알고 있어
파리 여자 같기도
비엔나 여자 같기도 한
*
나는 변덕스러운 사랑, 프랑스 처녀
연인들아 퐁네뜨 다리 아래서 만나요
가방에 지갑이 있어 모두 가방 속에 있어요
팔찌도 풀게요 값을 쳐줄 거야 나를 찾으러 올 사람도 없어요
아, 당신은 꼴마르 상점의 주인 아니 꼴마르 상점의 종업원
입에 이걸 풀러줘야 말을 하지
만나는 사람이 있어요
쇠구슬을 빙빙 돌리고 다니는 망나니
솔파리노 다리로 가면 만날 수 있어
엄청난 미남에 근사해보이지만 이 부근 사람이라면
모두 혀를 차는 사기꾼
넋 나간 마담들 돈을 한탕 했었죠
나도 그를 길렀어요 북유럽을 돌며 술집에서 레스토랑에서 일을 했었죠
쿵쿵쿵 기차 심장 소리를 들으며 잠들곤 했어요
삼등칸 창살 문을 밀고 닫으며
유령 같기도
저 멀리 강 기슭 물빛 같기도 한
그를 떠날 때까지도
*
찾아올 경찰들에게는 말해두겠어요 당신은 언제나 춥고 혼자였고 내게 뺨을 맞았고 당신도 집이 없나요 악몽 같은 가족이 아아 당신의 집은 더러운 개가 앉아 있던…… 곧 잘 익은 포도들로 빚은 와인 병들이 실려 올…… 또 다른 삶을 살고 난 뒤에도 이 계절만큼은 떠오를까 이 삶 속에서 떠나지 않을 상대를 찾았단 것을…… 부탁이 있어 꼴마르 아저씨 오늘은 강아지랑 침대에서 자요

주하림 ㅣ
2009년 《창작과비평》 등단. 시집 『비벌리힐스의 포르노 배우와 유령들』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8년 5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