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저자 | 박미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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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방목 하다
늑대를 길들여 개를 만들었던 기억을 믿었으나
어쩌면 마지막 조각이 사라진 퍼즐이 아니었을까
눈 덮인 계절을 지나면 다시 눈 덮인 계절이어서
얼음을 먹고 웃자란 가시나무가 하늘에 닿고
발톱을 뽑아 눈 속에 묻고 곡조를 바꾼 울음이
물길의 흔적을 후벼 판다
바라보고 있으면
한겨울에 받아든 녹두죽처럼 눈물겹거나 따듯하지만
길들여진다는 건 얼마나 치명적인가
내 나이보다 백 년쯤 더 살았을 것 같은
눈빛만 깊어진 짐승을 방목한다
내게 깃들어 무성해진 귀를 조심해야 하므로
당분간 당신을 부르지 않겠다
방목 이후,
올가미를 장만하더라는 풍문을 믿지 마시라
이미 적멸(寂滅)에 드셨으므로

박미라ㅣ
1996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이것은 어떤 감옥의 평면도이다』 등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8년 4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