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저자 | 강미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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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그로브나무 옆으로 나는
1
흰 시트 그리고 포인트
어디선가 보일러 돌아가는 그런 소리가 낯설게 들린다
이곳은 한여름인데,
작은 잔에 떠나온 도시를 따른다 떠나와도 떠나지 않은
어깨의 통증 여전이 벗어날 수 없다
2
눈과 코는
뻗어가는 여러 골목으로 숨을 뱉으며 새벽 4시에서 발아한다.
떠나온 곳을 잠시 떠올리기도 했던가
쓸쓸한 겨울나무 같은 당신
물이 가득차서 도저히 건너갈 수 없는 나무집들
자신은 물이라고 말했던 당신
우리는 비슷한 일상에서 낮선 풍경들로 만난다
3
높은 산들은 다 물속에 잠긴 것일까
박쥐들만 나뭇가지에서 대롱 주머니처럼 땅끝만 바라본다
동굴 없는 곳에서 살아남는 것들
뻗어가는 덩굴 틈으로 하늘만 보인다
4
생명력 강한 돌 벽화처럼
왕족은 별다른 별 모양의 뱀과 코끼리로 남았다는 말을 뒤로하고
한자리에 머문다는 것,
손끝에 만져지는 수백 년의 물의 문장이 출렁
단단한 뿌리 기둥으로 맞잡은 두 손에서 물결이 차오른다
끝없이 흐르는 나무들 사이로 나는

강미영 ㅣ
2004년 《시와세계》 등단. 시집 『Y는 느티나무』가 있음.
웹진 월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8년 3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