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신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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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양현근 

 

 

  빈 소매를 펄럭이는 저녁

 

 

 

  얼결에 와이셔츠 소매 단추 하나가 떨어져 나갔습니다 또르르 굴러서 책상 밑으로 숨더니 도무지 보이지를 않네요 책상 밑을 수배해보지만 단추는 보이지 않고 묵은 먼지만 한 움큼 따라붙습니다 추신으로 동전 몇 개와 철 지난 엽서도 묻어 나옵니다 여미어지지 않는 소매를 펄럭거리며 반쯤 남은 하루는 출렁거리고 왼팔은 부끄러움을 감추기에 급급합니다 세상의 눈치가 무뎌지기를 기다리며 왼 팔목에 서늘한 지느러미를 그려 넣습니다 느린 강둑을 지나는 붉은 노을도 채워 넣습니다 그 저녁을 건너가는 꼬리지느러미가 흐린 물살을 가르고 있네요 어느새 발효된 저녁은 강둑을 지나며 내려앉는 졸음과 씨름 중입니다 빈 소매가 펄럭거릴 때마다 조용하던 풀숲에는 소문이 일고 부풀어 오르던 반죽은 노릇하게 익어가는 중입니다만, 길을 잃은 단추는 어디쯤에서 둥근 몸을 말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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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근ㅣ

1998년 《창조문학》 등단. 2009년 《시선》 발굴시인 선정. 2011년 서울문화재단 창작기금 수혜. 시집 『수채화로 사는 날』 『안부가 그리운 날』 『길은 그리움 쪽으로 눕는다』 『기다림 근처』 등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7년 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