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신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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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최백규 

 

 

  안식일

 

 

 

  손목을 녹일 때마다 여름에 씻긴 새 떼가 수도원을 하얗게 구축하는

 

  사순절이다 나무와 진흙 앞에서

 

  바닷가로 휩쓸려 가는 우리가 없다 허물어진 벽 뒤에 숨은 채 서로 다른 기도만 중얼거리며 붉도록

 

  쉽게 지어진 내가 죽지 않고 살아서 유약한 네가 오래 병들었다

 

  늘 손발이 찬 나를 안아주는 친절이 좋아서 너는 천국으로 가지 않았으면 하고 바랐다 모르는 죄가 자라는데

 

  오늘의 성무일과를 준비해야 할 때 흐릿한 예배당 중앙에 눈부신 소녀가 있을 것이다 입김도 없이

 

  우리가 역병을 훔쳐 왔다고 추방당하면 어떻게 하지 어디로 가야 하나 가파른 초원으로 떠나서 양털을 깎거나 소젖을 짜자

 

  몸속에 싱싱한 핏물이 돌고 돌아 우리를 다 태워버릴 때까지

 

  망연한 설원 위에서 다육 식물들이 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러나 어쩌면 이 흙으로부터 세상이 느릿하게 침몰해버릴 것만 같았다

 

  여전히 소녀가 희박한 웃음도 짓지 않아서 그리운 듯 바라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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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백규ㅣ

2014년 《문학사상》 등단. 〈뿔〉 동인.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7년 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