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유경희 | ||
|---|---|---|---|
Occupy Gwanghwamun Square
그들은 반대자가 있을 때마다 머리를 광장에 걸어두었다
그들은 그에게 안 한 짓이 없었다*
우리 중에 어느 한 사람에게 한 일은 우리 모두에게 한 일이다
우리 중에 한 사람이 고문을 받으면 우리 모두가 고문을 받는 것이다
우리 중에 한 사람이 감옥에 갇히면 우리 모두가 갇힌 것이다
우리 중 한 사람이라도 불행한 사람이 있다면 그 누구도 편안하게 잠을 잘 권리가 없다**
우리는 모두 사형을 당한 후에 감옥에 갇혔다
몇 명은 수장을 당했다
오늘도 나는 역사의 수레바퀴에서 짓이겨져 튕겨져 나간 사람들의 부음을 들었다
46번 도로를 아시나요
해지는 서해에서 출발해 전설이 열려 있는 마을들을 지나 해 뜨는 동해까지 갈 수 있는 길이랍니다
그 길 중간쯤에 모란공원이 있고 그 가운데 꽃처럼 열사 묘지가 있답니다
그곳에 아니라고 말했다가 부서진 사람들이 잠들어 있답니다
친일파들이 국립묘지에 거대한 사기로 묻혀 있고
그들의 자손들이 권력을 잡고 나라를 호령하고
언론의 수괴가 되어 앵무새처럼 떠들고
재벌이 되어 세상을 호령하며
하룻밤 500만원에 창녀를 살 때
그들의 묘지에는 월세 체납고지서가 바람에 나풀거리고 있네요
그들에게는 지상의 땅 한 평도 허락되지 않는 걸까요?
반쯤 부서진 사람들이 부러진 다리를 끌고 부서져서 묻힌 사람들을 조문하러 왔다
우리는 지금 광장에 촛불을 들고 서 있습니다.
역사의 거대한 의문부호를 거대한 느낌표로 바꾸기 위해
때론 무섭고 때론 죽음의 공포를 느끼지만 우린 이 광장을 떠나지 않을 거랍니다
이 광장은 우리의 시작이자 영원이고 삶이자 묘지이기 때문이죠
*〈그을린 사랑〉중.
**호세 마르티: 쿠바의 소설가, 시인, 혁명가, 독립운동가.

유경희 |
강원 춘천 출생. 2004년 《시와세계》 등단. 시집 『내가 침묵이었을 때』가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7년 2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