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저자 | 김수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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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 그 아래서
청류적벽 입구까지 갔다가 오를 수 없다는 거,
날카로운 직립에 지레 겁을 먹었다는 거,
적벽의 끝은 하늘가에 걸려 있었네
절실하게
모든 문제는 날카로움에서 시작되는 거였지
손톱 가의 깨진 손톱이거나
쏘아보는 눈매에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아버리는 거,
이틀 내린 가을비에 노트장이 눅눅해지네 백상지의 빳빳한 몸매를 자랑하던 노트장이 흐물거리네
콧대 높고 차가운 그녀의 모서리에 수시로 손가락을 베었네 노트를 넘길 때마다 그녀는 육식동물의 송곳니를 세워 내 손끝을 노렸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있는 곳을 전혀 벗어나지 못했다는 거,
벗어나도 결국 내가 있는 곳이었다는 거,
내 생각은 내 몸을 벗어나지 못하고,
내 몸은 문지방을 넘어서지 못하고,
문을 열고 나가지 못하자 생각들은 창문 쪽으로만 달려갔다는 거,
눈길만이 창문 위를 오가다 마주치는 건 적벽이었지
뾰족한 단절,
살아내는 모든 게 적벽이었네
하늘 끝에 걸려 있었네

김수목 | 전남 강진 출생. 2000년 『문학과창작』 등단. 시집 『나이테의 향기』 『브레히트의 객석』 『바그다드 카페』 『슬픔계량사전』, 산문집 『내 삶의 이삭줍기』 『지중해를 전전하다』가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년 12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