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윤한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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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 ㅠ, 2015
깊은 바닷속 가슴 아픈 이름들
귀 기울여 들어보면 그대들 영혼은 언제나
괜찮아요, ㅎ ㅎ, 왜 이리 천사 같냐
어두운 선실 속 그리운 얼굴들
눈 감고 그려보면 그대들 마음은 언제나
슬퍼하지 말아요, ㅠ ㅠ, 왜 이다지 꽃다운가
나 그대들 위해
진정 아파하지도 분노하지도 싸우지도 못했는데
날뛰는 파도 빤히 바라보면서 살려주세요 밝혀주세요
목이 터져라 외치지도 못했는데 우리
어느 누구 하나 뛰어들어 건져주지 못했는데
잘못만, 온통 잘못만 했을 뿐인데 그저 부끄러울 따름인데
이제 보니 아름답고 착해서 숫돼서
아무 이유 없어라 오히려 그 이유 때문에 하나 둘
곁을 떠나고 어느덧 왕따가 됐구나 그대, 그대들
살을 에는 시퍼런 심연 어쩔 수 없이
홀로 깨어 홀로 빛나야 하리 스스로가 스스로를
품어야 하리 안아야 하리 깨물어야 하리 우리 아이들 잊지 마세요
아니요 저기요 제발요 나쁘게 말하지 말아 주세요 씹지 좀 말아 주세요 짜고 하는 짓거리라고 아아아, 돈이나 바란다고, 그러다가 새들 화나면 어쩌려고 그러세요 풀들 핏대 나면 어쩌려고 그러세요 새들한테 된통 혼날지도 몰라요 풀들한테 엄청 밟힐지도 몰라요 저 동네 박스들한테 스티로폼들한테 까일지도 몰라요 까이면 아프잖아요 열라 서럽자나여, ㅠ ㅠ
저번 날이랍니다 그래도 이 나라엔
싱그러운 초저녁이 왔답니다 들으셨나요? 십일월십이일 함성 소리를 수능 마지막 사탐을 치고 학교 교문마다 쏟아져 나오던 대한민국 고3들 막을 수 없는 뜨거운 물결들을 그 물결 속에 우리 어여쁜 녀석들 함께 있었습니다 흘렀습니다 파카잠바 깃 속 깊숙이 파묻었다 비로소 내민 얼굴들 더러는 갸름해지고 더러는 쨀줌해지고 듬성듬성 수염도 났습디다 그러나 붉은 볼에 웃음 가득 머금어 여전히 앳될 줄이야 숫될 줄이야 얘들아, 정말 고생했다
이제 모두 모여 밤새도록 한바탕 뛰놀아라
하늘에서 땅에서 일번가에서 그대들
마음껏 빛나라 가슴 설레게 하는 웃음으로, 기쁨으로
부디 내 허물 깨끗이 없애주라
우리 잘못 다 씻어주라

윤한로 | 198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메추라기 사랑 노래』가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년 10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