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신작시
Extra Form Output
저자 김제욱 

 

 

의자의 산물

 

 

 

  집에 들어오니 의자가 문을 열어준다. 의자는 여느 때처럼 식탁 위에 밥과 반찬을 내려놓는다. 딱딱한 의자에게 건네고 싶은 말이 있었으나 의자는 무심한 척 한다. 의자도 나에게 뭔가 말하고 싶은 눈치지만 참고 있다. 말의 모양이 다르다면 굳이 꺼내 확인하지 않는 편이 나을 수 있다. 답답하고도 익숙하지만 불안하지 않은 상태. 그럴 땐, 거실의 시계가 자꾸만 기울어진다. 가끔은 불편한 의자에 다가가 기대어 쉬고 싶다. 오늘 밤도 그 말을 숟가락에 얹어 삼키기로 한다. 그렇다. 의자는 편하기도 하고 딱딱하기도 하다. 말이 없다. 의자가 나를 무엇으로 생각하는지 알 수 없다. 아니, 의자도 모를 수 있다. 그냥 내가 내 자신을 걱정하듯 나를 걱정할 뿐이다. 난 의자의 산물이니까.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왔다. 밖에서 의자가 다시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빈 그릇을 치우고 있지만, 의자의 마음을 난 모른다. 벽 너머 소리로 들리는 의자. 그릇의 얼룩을 씻어내며, 의자는 혼자 살아갈 나의 먼 미래를 궁리한다.

 

 

 

 

 

 

 

 

 

 

 

201607_BD_E6_B3_D7_C0_CF_B1_E8_C1_A6_BF_ED.jpg

김제욱 | 2009년 《현대시》로 등단.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희 사회 신작시 201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