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저자 | 홍순영 | ||
|---|---|---|---|
부추
부추를 살 때마다 신중하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한다
머리를 가지런히 맞대고
살을 부비며 누워 있는 저들을 보면서
형제도 없고, 이웃도 없는 내가
거창한 연대 속으로 비집고 들어가지 못하는
당위와 변명을 세찬 물살에 흘려보낼 때
모두가 새파란데 안쪽을 살피면
서넛은 꼭 끼어 있는 누렇게 뜬 얼굴
자신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못한 자들의 낯빛은
이웃을 오염시킨다
시든 것을 물에 담그면 싱싱해진다는 건 몇 프로의 확률일까
변해버린 낯빛은 쉽게 회복되지 않고
정답을 기다리는 동안
시들어버리는 질문들
동색이지만 함께 묶일 수 없는 부추를 한 다발로
묶어버린 손은 어디에서 쉬고 있나
부추 속에는 부추였던 내가 있다
부추이길 포기한 내가 있다
부추가 되지 못하고 슬그머니 빠져나오는 내가 있다
이만큼 도망쳐 와서야
나와 무관한 것은 무관한 것, 중얼거리며 일어설 때
그건 아니잖아?
와르르 쏟아지는 부추, 부추들

홍순영 | 2011년 《시인동네》로 등단. 시집 『우산을 새라고 불러보는 정류장의 오후』가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