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신작시
Extra Form Output
저자 민왕기 

 

 

 

억양

 

 

  남에서 북으로 목련이 피어나는 순서처럼 나와 당신의 억양이 다르다

  중부에서 온 나는 밥 먹었어요, 라고 요를 올려 물었고

  남부에 사는 당신은 밥 먹었어요, 라고 어를 더 올려 물었다

  당신은 내 억양이 차갑다고 했고 나는 당신의 억양이 따숩다고 했다

  밋밋한 내 말씨에는 아직 꽃이 피지 않아서 어디쯤 시간이 흘러야

  남해 유원지 해변포목점 주인처럼 목화 같은 말씨를 가질 수 있을까

  북에서 남으로 눈이 흩날리는 순서처럼 나와 당신의 억양이 다르다

  추운 곳에서 온 나는 아직 슬퍼요, 라고 말했고

  따뜻한 곳에 사는 당신은 슬퍼봐야 뭐해요, 라고 말했다

  남쪽에 오니 바람이나 햇살의 억양도 달라져서 반나절씩 해변을 쏘다니다가

  비로소 목련이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

  당신의 억양을 몰래 흉내 내며 좋아한다는 말 대신

  아이 낳고 살까요, 라는 더 따순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BD_C5_C0_DB_BD_C3_B9_CE_BF_D5_B1_E2.jpg

민왕기 | 1978년 강원도 춘천 출생. 단국대 영문과 졸업. 2015년 《시인동네》로 등단.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