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신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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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정익진 

 

 

 

농도

 

 

 

노랑의 반대말이 궁금한 것보다

노란의 농도가 더해지면 나비가 되어

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더 크다

 

노란에 대해 시를 썼지만 실패한 적이 있다

농도가 약했기 때문이다

머릿속이 하얗게 되었을 때

레몬을 갈아 원액으로 마시면 좋다

 

술집 변기에 오줌이 고여 있다

오줌을 누고 물을 내리지 않는다

노란과 노랑이 뒤섞인다 수치와 모멸이

욕설과 독설이 뒤섞인다

거울처럼 고요해질 때까지 기다릴까 하다

지린내 때문에 밖으로 나와야 했다

뒷사람도 소변을 본 뒤 물을 내리지 않기를 바란다

 

설치작가 ‘이불’은 날생선을 전시해서

그동안 썩어가는 냄새를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향수 한 방울을 위해

장미 한 트럭이 필요하다

순수혈통보다 혼혈이,

일반 난초보다 돌연변이가 더욱 농염하다

 

진한 키스는 노랑이라기보다 진홍이다

서로의 혓바닥과 혓바닥이 뒤엉키고 침이 뒤섞인다

팔과 다리가 엉겨 붙어 문어 다리처럼 꿈틀댄다 뜨거운 숨결을 내뿜는다

하늘이 샛노랗다

 

상처 위에 또 다른 상처가 겹쳐도 견뎌내야 한다

안경알이 더러워져도 닦지 않는다 더 더러워질 때까지 끝까지 버틴다

인생이 더러워지면 얼마나 더 더러워질까

광기의 극한까지, 타락의 그 극한치까지

농도 짙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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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익진 | 부산 출생. 1997년 『시와사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구멍의 크기』 『윗몸일으키기』 『낙타 코끼리 얼룩말』 『스캣』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