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신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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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조병완 

  시론 16-1

 

 

 

  어떤 시인이 내 개인전 전시장에 와서 시를 내놓으라 한다. 첫 시집 이후 한 편도 안 썼다고 했더니 여기 앉아서 쓰면 되겠다고 한다. 그래 오늘은 휴대전화기에 메모하며 생각한다. 내 시는 무엇이고 무얼 할 수 있나, 그림 속 꽃산에서 붉은 꽃이 이글거린다. 새 두 마리 날아 허공은 광활하고 검은 바위 뒤의 상황은 알 수 없다. 거기 무슨 풀이 자라는지 어떤 벌레가 기어 다니는지 알 수 없다. 내 시는 그 바위 뒤에 있는가, 나는 정작 시를 쓰지 못하고 전시장에 들어오는 사람의 행동거지나 옷매무새 또는 뒤통수를 본다. 내 시는 저 뒤통수에 있나 아니 저 사람의 자켓 안주머니에 있나, 나와 저 사람의 움직임 사이에 있는가, 내가 믿는 것과 저 사람이 보는 것 사이에 있나, 조금 전과 지금 사이에 있는가, 내가 앉은 자리와 그림이 걸린 저 벽 사이에 있는가, 저 붉은 색과 푸른 색 사이에는 시가 없단 말인가, 내 마음과 저 사람 마음 사이에 없단 말인가, 내 욕심과 텅빈 지갑 사이에 있는가, 그걸로 무얼 하겠는가. 시를 쓰기 전과 쓰고 난 다음에 나는 어떻게 달라지는가, 한 관람객이 지나간 그림 앞에 내 마음이 닿자 갸우뚱 빈 공간이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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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완 | 1999년 『시와반시』로 등단. 시집 『빈말과 헛말 사이에 강이 흐,』가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