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신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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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차주일 

 

 

 

허리띠

 

 

 

전봇대에 허리띠를 돌려 감고 매달린 전선공을 보면

말뚝에 고삐 묶인 뻘염전 일소가 생각난다

제자리 잡는 일이 허리에 있다는 것 알았을 때

죽을 때까지 코일처럼 돌고 돌아야만 하는 일소

斷線(단선)에 單船(단선)과 短線(단선)을 잇대 전선테이프를 돌려 감으며

죽을 고비 몇 번 연결했으니

제 그림자 밝히는 데 몇 생애쯤 걸린 것

소가죽 작업화를 신고 소가죽 허리띠를 매면

하체가 완전한 전신이므로 상체가 빛나는 건 당연지사

고욤나무 뿌리여야만 대봉감이 열리던가

가가호호 뻗은 전선마다 열린 알전구를 떠올리며

허리띠를 벗으면 하염없이 기울던 상체를 생각한다

땅바닥에 곯아떨어진 상체는 하체라던가

하체로 해석되는 상체가 이뿐이랴

염전 물집이 허리춤에 수평선을 감고 또 감지 않았다면

어찌 꿈쩍 않는 제자리를 견뎌냈겠는가

허리띠를 푼 전선공의 아랫배를 오래도록 바라본다

염전 물집 깊이의 배꼽

저 탯줄의 斷線, 그 이후를 채록하면

일소 위장처럼 옹기종기 맞댄 옥탑방 몇 칸 만나겠다

하 밝은 낮에도 지하로 해석되는 옥탑방들이

달동네에 消燈(소등)을 한 칸 한 칸 졸라매면

새벽이라는 상체가 조도를 조율한다

햇빛은 모퉁이를 더듬어 끊어진 골목을 연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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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주일 시인

차주일 | 시집 『냄새의 소유권』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시인의 사회 2016.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