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저자 | 이혜자 | ||
|---|---|---|---|
아픈 날
새들, 좌르륵 좌르륵
18층 동과 동 사이
간만에 푸른 하늘을 나르고 있다
며칠 내리던 비처럼 시름시름했던 날들
젖은 나뭇잎들도 돌아누우면
바삭거릴 만큼 마를 테지
이불 감싼 눈사람처럼 누워
아이들을 기다린다
이럴 땐 나도 엄마가 보고 싶다.
나뭇잎을 밟으며
노란 차들끼리 비껴간다
아이들은 놀이터를 비우고
학교에서 학원으로 철새처럼 이동 중
도둑고양이만 어슬렁 어슬렁
제 터인 양 여유를 부리는 한때
막 학교에서 돌아온 큰애가
한 장 종이처럼 누웠다
“엄마, 행복하지?”
아이는 천장을 보고 엄마는 돌아눕지 못한다
눈까지 뜨거운 오후
그럼그럼, 엄마로 살아 있잖아
아직 나는.

이혜자 시인
이혜자 | 1995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저서 『나의 드라마』가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