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저자 | 최서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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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의 오렌지 나무
밤의 밀밭을 지나 제제가 온다
제제는 밤마다 모난 별로 오는 성실한 애인
귀를 자르고 오렌지 행성으로 가자
제제, 나의 일요일의 종교
어두운 버스 종점을 지나
슬리퍼를 끌고
견고한 육체로 온다
배신이 없는 애인
오렌지꽃처럼
약속도 없이 일어나 자유로워지리라
착한 자세로 형광등을 켜요
다리를 벌리고 앉은 슬픈 예언처럼
이해받고 싶지 않아요
제제는 능숙하게 내 몸에 음악을 심는다
다정한 나의 애인
부끄럼도 없이 섞인 칼날 같은
그러니까, 난 제제를 몰라요
절망을 모르는
의심할 수 없는
죽음 쪽으로 한 뼘 더 자라는 자정의 오렌지 나무
곁에

최서진
충남 보령 출생. 2004년 《심상》으로 등단. 문학박사, 현 한양대 강사.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5. 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