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저자 | 임경섭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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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이
이츠키는 주인집 화단에 돋은 샐비어 꽃줄기를 모조리 뽑고 싶었다
이츠키는 꽃줄기를 모아다가 커다란 꽃다발을 만들고 싶었다
이츠키는 꽃다발을 들고 히로코의 집 대문 앞에 반나절 서 있고 싶었다
이츠키는 히로코 집 앞의 반나절을 모아다가 길고 긴 저녁을 만들고 싶었다
이츠키는 길고 긴 저녁을 모아다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었다
이츠키는 길고 긴 아르바이트 하나로 모아 쉽게 돈을 벌고 싶었다
이츠키는 쉽게 돈을 모아다가 다이아 반지를 사고 싶었다
이츠키는 다이아 반지를 들고 히로코의 집 대문 앞에 밤새 서 있고 싶었다
이츠키는 히로코 집 앞의 밤을 모아다가 길고 긴 새벽을 만들고 싶었다
이츠키는 길고 긴 새벽을 모아다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었다
이츠키는 길고 긴 아르바이트를 모아 큰돈을 벌고 싶었다
이츠키는 큰돈을 모아다가 주인집에 갖다 주고 싶었다
이츠키는 히로코를 사랑했으나 사랑하고 싶지 않았다

임경섭
2008년 〈중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집 『죄책감』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5. 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