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저자 | 유승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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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의 계절
날카로운 소리가 뇌리를 파고드는 아침이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무슨 일인가?’ 살피는데 웬 포 소리가 울린다 집 아래쯤에서 터져나와 산과 산 사이의 공간과 마을을 뒤흔든 소리는 맞은편 산골짜기로 퍼져나가 카아아악 죽어 나자빠지는 짐승의 소리를 뒤로 남기며 산 너머로 나아갔다 핏물 한 바가지가 쫙 눈앞 세상을 향해 뿌려졌다
소리가 터지는 곳은 내 집과 아랫마을의 중간에 자리 잡은 수수밭이었다 산 아래 마을에서 툭하면 주먹을 휘두르는 마을 깡패의 밭이다 자신의 맘에 들지 않는 일이 생기면 무조건 주먹을 휘두르는 사람이다 봄이면 똥물을 밭에 뿌려 산중 마을을 똥냄새로 진동하게 만들고 작물엔 일주일이 멀다며 농약을 퍼부어 흙까지 흠뻑 적시는 사람
콰앙―
산과 산이 흔들린다 산에 사는 것들이 비틀거린다
내 수수를 가져가려는 날짐승 길짐승들아 내가 가고자 하는 길 앞에서 어기적대는 것들아 나를 제외한 모든 놈들은 가라 꺼져라 죽어라
무차별적인 포격이 펼쳐지는 산중이다

유승도
1995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시집 『작은 침묵들을 위하여』, 『차가운 웃음』, 『일방적 사랑』, 『천만년이 내린다』, 산문집 『촌사람으로 사는 즐거움』, 『고향은 있다』, 『수염 기르기』 등이 있음.
웹진 월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5. 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