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신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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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서안나 

진폐(塵肺)

 

 

 

 

 

침이 달았다
바람이 불면 욕하고 싶었다

 

거울을 들여다보면 내가 지옥이다
창문을 열면 검은 얼굴이 환하게 빛났다
일찍 떠난 사람들은 읽을 수 없는 편지를 보내왔다

 

아버지가 내 이마를 만지면
내 꿈도 얼룩졌다
내가 볼 수 있는 슬픔만을 보리라
검은 손톱은 일종의 페허였다

 

아이들이 썩은 이를 지붕 위에 던지면
썩은 이가 돋았다
기차가 들어서면 흑해의 소금 냄새가 났다
뒤를 돌아보면 꽃들이 썩고 있었다
창문을 닫아도 아버지는 이미 더러워져 있었다
산 사람 속에서 죽음을 끌어내고 있었다

 

교실 C관에서 수음하던 날
꿈속에서 죽은 여자가 내게 말했다
네 속의 빛나는 너를 보여다오
실 뭉치 같은 여자가
꿈 밖으로 따라왔다 흑해 냄새가 났다

 

이 세계를 한 방에 쓰러뜨릴 수 있는가
모든 것은 각도의 문제였다
기침을 하면 검은 꽃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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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안나
  1990년 《문학과 비평》으로 등단. 시집 『푸른 수첩을 찢다』, 『플롯 속의 그녀들』, 『립스틱발달사』, 평론집 『현대시와 속도의 사유』, 연구서 『현대시의 상상력과 감각』, 동시집 『엄마는 외계인』이 있음. 〈서쪽〉 동인. 한양대, 숙명여대, 추계예대 출강.

 

 


웹진 월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5.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