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저자 | 유종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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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1972
어릴 때다
비는 들이붓고
흙탕물에 길과 수로가 구분이 안 됐다
십 리를 걸어 학교에 가야 하는데
가야 할지 안 가야 할지
하늘만 보다가 포기하고 집으로 왔다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안 갔으면 하는 눈치였고
도랑에 쌓인 나무토막과 짚 덤불 긁어내고
들어오신 아버지는 왜 학교에 안 갔냐는 눈치였고
비는 엄청나게 쏟아졌고
다음날도 마찬가지였지만 꼭 가야만 할 것 같아
푹푹 빠지며 흠뻑 젖어 한 시간 걸쳐 학교에 갔는데
친구들은 다 왔고 어제도 그랬었다고 한다
우스갯소리지만 그 하루 때문에
나는 정근상 인생이 됐다
살면서 느낀 건데
앞도 뒤도 없는 생의 한가운데에선
그냥 해야 할 일만 생각하고
앞으로 나가는 게 마땅한 것이었다

유종화 l
1995년 《시인과사회》 등단. 시집 『그만큼 여기』, 시노래 평설집 『시마을로 가는 징검다리』, 시노래 음반 〈노래로 듣는 시〉 〈언제나 내 마음속에 푸른 하늘이 열릴까〉가 있음. 〈우리마음의시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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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호(VOL.1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