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저자 | 김혜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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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떠나보내며
함께 뒤척이던 너를 모아 놓고
밤이 새던 날들을 기억해본다
채석강처럼 쌓이던 무구(無垢)한 밤
책장 넘기는 소리는
넘겨도 넘겨도 스러지지 않는 파도 소리였다
보이지 않는 흐름을 읽어내는
통찰을 요구하는 여백을 오래 들여다보고 난 후
내면 깊숙이 내려앉은 문장에 밑줄 그으며
비로소 타인의 그늘로 향할 수 있었다
너에게 읽혀
나를 수정하던 시간 속에서 성장했고
천천히 도착하는 너를 기다리는 동안
가장 오래 머무는 그리움이었다
활자 위에 기생하는 새우는 되지 않겠다
세상을 투과하는
노동을 버티게 하는 힘 있는
상처 난 자리 가만히 덮어주는
소멸하지 않는 문장을 표현하겠다
이제 함께 울고 웃던 너를 떠나보낸다
안녕! 나의 벗
맑은 눈 가진 눈부처의 서가에서 다시 살아
끝없이 다시 살아
꺼지지 않는 파도가 되렴

김혜천 l
2015년 《시문학》 등단. 시집 『첫 문장을 비문으로 적는다』가 있음. 〈이어도문학상〉 〈푸른시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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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호(VOL.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