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신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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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조말선 

   

 

 

 

 외설

  

 

   

 

 

  임계점을 넘은 넝쿨이 숲 밖으로 나와서 어리둥절해한다 도대체의 녹음에 빠져서 겨우 숨을 쉬는 코처럼 어떤 것은 벌써 바퀴에 짓이겨진 채 뜻밖에 집구석을 잘 벗어난 것일까 엉킨 실을 풀겠다는 듯 이거 좀 놔 봐, 발목을 붙잡는 발목이 성가셔서 힘껏 제 근본을 벗어나려는데 초록의 늪에 빠져서 잠망경같이 목을 기웃거리며 소심한 포즈로 또다시 엉기는 손가락에게 아이스크림 하나 사 올까 생수 한 병 사 올까 뜻 없는 말을 지껄이며 겁도 없이 초록을 이끌고 겁도 없이 초록을 떼어내며 초록이 아닌 마을로 어리둥절한 탈주를 계속한다 내가 이렇게 잘생긴 초록이었구나, 초록을 벗어나니 초록 귀가 잘 보인다 이렇게 잘 생긴 실력이었다면 조금 더 멀리 가서 저 창문들의 면상을 두드릴까 귀와 귀가 엉겨서 듣는 말이 들었던 말과 엮인다

 

  엉긴 초록을 빠져나온 맨 앞의 촉수가 벽을 타고 귀를 갖다 댄다 벽이 꾸는 꿈이 웅얼웅얼 말을 하는데 말이 들리지 않아 꿈속은 숲속보다 엉긴 말들의 세계 입을 뻐끔거려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누군가의 머리를 흔들어대면 누군가의 시니피앙이 흔들려서 꿈은 한 덩어리 종양처럼 즐겁게 전이 한다 밤새 켜 놓은 선풍기가 꿈을 껐다 켰다 한다 얕은 꿈의 바닥은 패일 듯 패이지 않는다 발끝으로 걷어찬 이불이 초록이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아, 이목구비가 흐린 꿈은 읽을거리가 더 있다는 얼굴로 지워지고 있다 초록의 말초들이 뜻 없이 흐느적거리며 풀린 꿈을 배배 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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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말선  l 

1998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현대시학》 등단. 시집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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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2월호(VOL.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