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저자 | 천수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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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나무는 버림받기를 원하는 사람처럼
모든 고백에는 낙과가 있다
낙엽은 그 다음의 업이다
스모키 메이크업의 안간힘은
가을을 통과할 때가 절정이어서
수피에 파묻힌 연륜에도 감춰야 할 것이 있는 것처럼
돌아서는 것을 참을 때마다
목피는 더 두꺼워졌다
몇 송이 꽃을 바치던 사람들은 흰 비처럼 흩어지고
구름을 몰고온 길쭉한 얼굴을 포장한
한 박스 책의 꿈
이 어려진 기분은 내려놓을 것인가
나무가 책이 될 때까지의 긴 이야기가
책이 지붕이 될 때까지
구름 속에서 엮어지는 것을 알아도 모른 척
젖는다
버림받는 것이
나무인지 나뭇잎인지
엮인 이야기를 되감아 봐도 알 수 없는 검은 눈물이 번진 얼굴
어제는 로맨스의 적이었다가
오늘은 다정한 인사
알 수 없는 나무가 되는 당신이 있다

천수호 l
200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아주 붉은 현기증』 『우울은 허밍』 『수건은 젖고 댄서는 마른다』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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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호(VOL.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