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저자 | 문정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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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해, 앙해
머리 위에 한 마리 나비가 내려앉은 줄 알았다
처음 네가 나에게 왔을 때
하늘 끝에 닿을 듯 가볍고 눈부신 날개
천국이 내려온 줄 알았다
분가루를 뿌려 눈을 멀게 한 나비
나는 앞을 더듬는 맹인이 되었다
숨을 쉴 수 없어
지옥이 함께 온 줄 알았다
사랑해! 이 말 너무 흔하고 때 묻어
너에게 주는 말로 뱉고 싶지 않아
“앙해 앙해”
밤마다 신음을 토했다
입술이 닿기도 전에 사라질 것 같아
미세한 향기처럼 머물다 가버릴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애걸의 자세를 취했다
오래 그리던 것이 왔다는 것
그것이 너라는 것
그 외에는 아는 것이 없었다
달맞이꽃 심지에
탄식을 꽂은 촛불처럼 조용히 녹아내렸다
처음 네가 나에게 왔을 때

문정희 l
1969년 《월간문학》 등단. 시집 『오늘은 좀 추운 사랑도 좋아』 『그 끝은 몰라도 돼』 등, 시선집 『지금 장미를 따라』 『나의 신 속에 신이 있다』 등, 영역 시집 『Wind Flower』 등이 있음. 〈현대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시카다상〉(스웨덴)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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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호(VOL.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