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신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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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하두자 

   

 

 

 

 

 그래피티

  

 

 

 

 

  자,

  우리 시작할까요?

 

  [관계자 외 출입금지 구역]

  펼쳐놓은 것은 모두 멈춰 있는 골목입니다

  지워지는 것이 많은 벽에서 우리를 들춰보기 시작합니다

 

  깨진 보도블록 위

  부서진 평면을 다시 맞춰가며

  해쓱한 벽에 깊이 박혀 있는 만만찮은 마음을 꺼냅니다

  담벼락에 검은 고양이의 새하얀 울음을 새기면서

  간단히 빵을 먹어요

 

  서두르다 컵 안의 우유가 쏟아질 뻔했죠

  이 벽이 맞아?

  맞을까? 아냐, 아냐

  각각의 벽에 눈높이 인사도 해봅니다

  마르지 않는 붓과 물감처럼

  생각나는 것과 생각 드는 것으로 완성되어가는 벽

  햇볕은 아직 따사로운데요

 

  벽 뒤에서 우리가 구겨질 수 있어

  더 빨리 색칠을 해야 해요

  등을 맞대고 상상하다 내버려두어야 할 곳이 점점 많아지면

  탕진하는 늦봄의 라일락 향기처럼

  스프레이를 뿌리듯 발 빠르게 움직여요

 

  이 벽에서 저 벽으로 옮겨 가는 동안

  내 손에서 비둘기 몇 마리 골목으로 날아올라

  감쪽같아 보이는 세상도 탄생해요

 

  이제는

  꽉 채운 벽화에서 한 발짝 떨어지기 위해

  자전거 열쇠를 풀고 동네를 한 바퀴 돌아 보려구요

  뒤로 뒤로 물러나며

 

 

 

 

 

 

 

 

 

 

 


 

신작시_하두자.jpg

하두자  l 

1998년 《심상》 등단. 시집 『불안에게 들키다』 『프릴 원피스와 생쥐』 『이별 뒤에 먼 곳이 생겼다』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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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호(VOL.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