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저자 | 김창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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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네를 밀듯 등을 밀어
소읍의 낡고 오래된 대중목욕탕
처음 만난 듯한 노인 둘
망설임 끝에 말을 놓으며
옆에 앉은 노인의 등을 서로 민다
밀어준다.
플라스틱 욕실용 의자에 앉아
사라져 버릴 만큼 원숙해진 등을
허공까지 밀듯 그렇게 밀어 올리고
갈피도 없이 잡힌 주름과
듬성듬성 핀 검버섯에 물도 끼얹어 준다
흐린 창 너머 11월 생강나무는 자신을 물들이며
악력 풀린 손아귀처럼 노랗게 물든 잎을 허공에서 놓는다
그만 놓으며 거기 수북하다는 말도 함께 놓아
발치엔 먹먹하지만 싫지 않은 낙엽 썩는 냄새를 자주 풍기는데
노인 둘은 그네를 밀듯 맑고 또 드높게
가깝지도 않고 그렇다고 아주 멀지도 않게
속마음까지 민다
밀고 또 밀어 산뜻하게 서로를 올린다
올려준다.

김창균 l
1996년 《심상》 등단. 시집 『녹슨 지붕에 앉아 빗소리 듣는다』 『먼 북쪽』 『마당에 징검돌을 놓다』 『슬픈 노래를 거둬 갔으면』, 산문집 『넉넉한 곁』이 있음. 〈발견문학상〉 〈선경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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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호(VOL.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