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저자 | 손종호 | ||
|---|---|---|---|
길
세상 어디에나 길은 열려 있다.
그대의 선택에는 나름의 곡절이 있고
자신조차 알 수 없는 내력이 깃들 수 있다.
그러므로 힘들 때일수록
오히려 감사하며 앞으로 가라.
천 길 벼랑 끝에 서도
그 높이만큼의 절망이
오히려 그대를 키울 것이다.
자유 의지로 뻗어나간 가지는
뿌리의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구름에 가려진 햇빛의 숨결과
별빛의 눈물과 이슬들의 한숨마저
은밀한 잎새로 담아낸다.
밖이 아니라
묵묵히 내면의 길만을 바라보며 가라.
그리고 한 가지만 기억하라.
바람은 높낮이도 원근도 거부하지 않으므로
무엇에나 투명하고
무엇에나 자유롭다.

손종호 l
197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문학사상》 신인상 등단. 시집 『뿌리에 관한 비망록』 등, 연구서 『근대시의 영성과 종교성』 등이 있음. 〈한국비평문학상〉 〈한성기문학상〉 <대전시문화상〉 등 수상. 현재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
2025년 7월호(VOL.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