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신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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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주송 

   

 

 

 

 모놀로그

  

 

 

 

 

  오늘은 조용히 쉬고 싶다

  촐싹대는 옆 테이블 종이 빨대가 신경 쓰인다

  대낮의 식어버린 커피잔 밑바닥을 휘저으며 첨벙첨벙

  쟁반에 멀쩡히 누워 있는 티스푼은 또 어떤가

  연신 하품을 하면서도 힐끔거린다

  오늘은 아무도 앉히고 싶지 않다고

  관심을 돌려 내다본 창밖 풍경들

  연두를 틔우며 날아오른다

  앉은 자리가 움푹 파인 듯한

  이 느낌은

  어제 앉았던 J가 침 맞은 자국을 자꾸 긁었기 때문일까

  J는 괜찮은지, 괜찮은 건지

  가시가 돋아나는 기분은 어떤 색채일까

  흔들리는 조명에 내 그림자가 사정없이 바닥에 나뒹군다

  모서리 저만치 화분의 침묵이 굳건하다

  핸드폰이 울린다

  정적을 뒤집어쓴 목소리들이 리듬을 탄다

  천장 선풍기가 속도를 높이며 추임새를 넣는다

  그럼에도

  맞은편 늙은 핸드백은

  낮잠을 괴고 노출콘크리트 벽에서 일어날 기색이 없다

  방출되는 비음만 옥타브를 넘나든다

  흘러내린 머리카락 몇 올이 구름으로 뭉치고

  막 나타나 구십 도로 허리를 굽히는 남자의 앞니가 비었다

  눌러 쓴 중절모를 살짝 들어 올리자

  우수수 쏟아지는 거짓말들

  나는 저 남자가 앉을까 봐 조마조마하다

  주먹을 꽉 쥔 손등의 정맥이 가지를 뻗는

  남자를 치우고 싶다

  (J는 오는 걸까)

  깊어지는 밀줄임표에 오후가 고여간다

 

 

 

 

 

 

 

 

 

 

 

 


 

신작시_이주종.jpg

이주송  l 

2020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집 『식물성 피』(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제작지원사업 선정)가 있음. 〈송수권시문학상 젊은시인상〉 〈평택생태시문학상〉 수상, 2024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발표지원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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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호(VOL.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