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저자 | 강재남 | ||
|---|---|---|---|
2월의 한가운데에서
여름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여름에 죽는다*는 말은 거짓이었다
여기까지 나는 살아 있으므로,
사실 그것은 마음에 새겨진 주저흔 같은 것이었는데
생은 절벽과 절벽 사이에서
순조롭지 않은 지형을 남기는 게 다반사여서
언제나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퍽 어려운 고민을 나는 하고 있었던 거지
나는 어른이고
어른은 착한 어린이가 아니기 때문이어서
히말라야삼나무에 새로 먹은 다짐들을 걸어놓기도 했지
언덕으로 오르는 길은 풍경이 창백했고
드문드문 피어 있는 봄까치꽃처럼
예사롭게 닮아가며
그렇게 나는 2월과 한통속이 되어가고 있었던 거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영역에서
그저 이웃인 사람처럼
평범하게 지나칠지 모른다 생각했지
애틋할 것도 그리울 것도 없이
그지없이 건조한 인사를 하면서
손 흔들며 뒤돌아서서 갈지 모른다 생각했지
그리고 차츰
겨울이 너무 길다 생각이 든 건
땅이 꿈틀거리고
어제보다 밤이 짧아졌단 걸 알아챈 다음이었지
* 다자이 오사무

강재남 l
2010년 《시문학》 등단. 시집 『이상하고 아름다운』 『아무도 모르게 그늘이 자랐다』, 시에세이집 『당신에게 도착하지 못한 말』이 있음. 〈한국동서문학작품상〉 〈동주문학상〉 〈시산맥시문학상〉 수상.
—
2025년 2월호(VOL.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