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신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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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배창환 

   

 

 

 

 따뜻한 곳

 

 

 

 

 

  햇살이 하루 서너 시간밖에 들지 않는 골목 안집 내 집 마당을 잊지 않고 가끔 찾아주는 친구가 있다. 한때는 지를 쏙 빼닮은 새끼를 세 녀석이나 달고 다니며 마당을 점령하여 먹을 것 내놔라고 땡깡 부리던 길냥이가, 지금은 언제 왔는지 혼자 와서 부엌 창문 아래 조용히 앉아 있다. 먹이를 내주어도 입에 조금 대다 만다. 창밖에 지 새끼들 놀이터였던 녹슨 자전거 바퀴 아래나, 새끼들이 물어뜯으며 놀던 푸석한 안장 위에 올라 고요히 겨울 햇살이나 쬐다가, 대문 아래 틈으로 슬슬 걸어 나가는 게 전부다

 

  한때 조그만 젖꼭지가 떨어져 나가도록 새끼들 모유 빨리어주던 마당귀엔 살얼음이 졌고, 뜨락 시멘트 갈라진 틈새 뿌리 내려 빨간 꽃망울 앙증스레 피워 올린 채송화 두엇, 새끼들이 깔아뭉갤까 봐 내 마음 졸이던 그 자리엔, 바람 한 자락 햇살 한 줌 남았다. 그 새끼들 중 둘은 지난겨울 강추위를 못 이기어, 집 뒤 울안에 긴 겨울잠에 들어 있다

 

  누구에게나 온돌 같은 순간이 있고, 언제든 따뜻한 곳을 찾아 나서기 마련이니, 녀석에게도 내가 자주 집을 비워 배고프고 썰렁한 여기보다 더 따뜻한 곳이 아마 근처 어딘가에 꼭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또, 거기서 새끼와 맛있는 밥도 얻어먹으며 그럭저럭 살고 있을 것이라…… 나는 자꾸만 믿고 싶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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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창환  l

1981년 《세계의문학》 등단. 시집 『별들의 고향에 다녀오다』 등, 시선집 『서문장 돼지고기 선술집』 등, 저서 『이 좋은 시 공부』 등, 편저 『국어 시간에 시 읽기·1』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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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호 신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