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저자 | 한혜영 | ||
|---|---|---|---|
불편한 진실
누구를 만날 때는
드라이버를 챙기는 것이 좋아
헐거워진 대화는 조이고
지나치게 잠긴 대화는 슬그머니 끄르고
하지만 당혹스럽게도
드라이버가 무용지물일 때가 있지
내 혀는 일자인데
십자드라이버가 필요한 상대라든지
그럴 땐 임기웅변이라는 것이 있기는 해
내 쪽에서 대화에 열쇠를 채우는 거지
아니면 지나치게 정중해진다든지
정중?
얼결에 말했지만 꽤 괜찮은 방법이네
맞지도 않는 드라이버로 상대를
열어보겠다고 끙끙거리느니, 난감한
상대를 자리에서 일어나게 만들 수도 있으니까
무겁고 딱딱한 정장 차림인
정중은 사실 대체적으로 불편한 진실이거든

한혜영 l
1994년 《현대시학》 신인상, 1996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태평양을 다리는 세탁소』 『뱀 잡는 여자』 『올랜도 간다』 『검정사과농장』이 있음. 〈미주문학상〉 〈동주해외작가상〉 〈해외풀꽃시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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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호 신작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