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김진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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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로드롭
이건 자이로드롭이 아니다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소리 지르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서
소리도 못 지르고 돌아가는 곳이 아니다
단지 가만히 올라가서 가만히 내려올 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묻고 싶다
이걸 타는 이유가 무엇인지
하지만 대답을 알기 전에 안전벨트는 채워진다
입밖으로 나오지 않은 질문은 안전하다
종종 사람들에게는 그런 것들이 필요하다
아무런 이유 없이 올라갔다가 아무런 이유 없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
이유는 각자가 만드는 것
이곳은 사람들에게 이유를 만들 수 있게 도와준다
모든 것엔 이유가 없지만, 모든 것엔 이유를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우린 올라간다 이유 없이
그리고 다시 내려온다 이유와 함께
당신이 나가는 길엔 설문조사가 있다
어땠냐고, 잘 묶여 있던 질문 위에 질문이 던져진다
질문은 당신이 오기도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당신은 좋았냐는 질문엔 꼭 인색하고
그렇다
당신은 이유없이 좋다고 말하지 않는다
우린 메모한다
개선점: 좋은 이유가 필요하다
질문은 이유를 부르고 이유는 질문을 부른다
이건 일종의 실험 같다
하지만 누구도 빈손으로 돌아온 적이 없다
다시금 기구가 움직인다
이건 자이로드롭이 아니다

김진규 l
201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이곳의 날씨는 우리의 기분』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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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호 신작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