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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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전호석 

     

 

 

 

 지구멸망 걱정

        

 

 

 

        

    1.

    

   화산 터질 날이 머지않았다

   비유도 상징도 아닌 화산이

   당장 내일 터질지도 모르고 1년 전에도 터졌고 사람들이 조금 죽었고(조금?) 나는 스마트폰을 엄지로 눌러대면서 영상을 찾아봤다

 

   지구에는 그런 게 많고

   동네에는 없는 것 같다

    

    

    2.

   

   나는 구경을 잘하고

   몸을 잘 안 움직이고 그래서 살이 좀 쪘다

   늦게 자면 다음날 하루 종일 피곤하고

   주변에 동물이라곤 길에서 본 새와 고양이뿐이라

   사슴 같은 게 궁금해진다 뿔 난 거 뿔이 없으면 빨리 뛰어다니는 거

   관찰하려면 동물원에 가야 하는데 동물원에 가도 뛰어다니는 모습은 보기 어렵고

   사슴들은 언젠가 담장이건 사람들이건 폭발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트레이 위에 쌓여 있는 신선한 풀과 과일들을 씹는다 새빨간 털로 뒤덮인 어떤 우제류가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 믿으면서

   (나는 적록색약이라 잘 못 볼 것이지만서도.)

  

    

    3.

    

   혼자 놀기에 여기는 너무 넓어요 무한히 늘어나는 2차원 공간에 대해 생각을 하면

   상위 차원의 누군가가 단말기에 설치되어 있는 지구를 이리저리 드래그하면서 구경하고 있지 않을까

   모든 잘못과 죽음과 아름다움 그리고 화산들이 실은 가짜라서,

   가짜라서 무한히 반복되고 중첩되고 쓰레기처럼 쌓여 있지 않을까

   거기에는 4차원 설치류들이 살고 잘못과 죽음과 아름다움 그리고 화산들을 갉아먹다가 늙어 죽는 게 아닐까

   (하위 차원에서는 절대로 알 수가 없다는데?)

   개미가 사람이 뭔지 어떻게 알겠어 우리가 뭔지 어떻게 알겠어

    

    

    4.

    

   나는 요즘 말이야

   말은 기제류야 소는 우제류인데 발굽 모양으로 나눠놓았구나 발굽이 있구나 발톱으로 온몸을 지탱하면서 사는구나

   (내 발톱은 쉽게 양말을 뚫는다.)

 

   사는 게 참 다양하고 나처럼은 살지 말았으면 좋겠다

   

    

    5.

      

   내가 무엇인지 사람들이 상관하나요

   좌파인지 우파인지가 중요하지

   졸음만이 중요하지 졸릴 때 운전 잘못하면 죽어요 사람은

   (몰래 동승한 개미는 죽지 않을 것이다)

   

    

     6.

    

   나 허공에 쏜 엽탄 같아

   뭔가 다 갈아버릴 수 있었는데

   화약은 사라졌고 그저 그렇게 된

   결국 쇠구슬인 거

 

   백두산이 언제 터질까

   북서쪽 멀리에서는 전쟁이 계속되는데

   서남쪽에서도 전쟁이 일어난다는데

   우리를 쉬지 않고 파먹는

   무한한 쥐새끼들아

   (운전자가 좌파/우파라서 죽었을 것이라는 인터넷 기사 댓글)

    

    

    7.

   

   이건 걱정이라 그만둘 수도 없네 야밤인데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잘 수가 없어 초식동물들이 한 방향으로 일제히 달려가는 풍경 땅이 울리고 거대한 파열음이 울리고 나는 산마루 쪽을 본다 붉은 액체가 하늘 높이 솟구치고 커다란 암석들이 비산한다 여기에서는 먼지가 흩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분화구 속에서 거대한 팔뚝이 솟구친다

    

   

    ∞.

    

  땀을 뻘뻘 흘리면서 잠에서 깨어난다 다 망하면 어떡하지 이건 걱정이라 그만둘 수도 없네 야밤인데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잘 수가 없어 초식동물들이 한 방향으로 일제히 달려가는 풍경 땅이 울리고 거대한 파열음이 울리고 나는 산마루 쪽을 본다 붉은 액체가 하늘 높이 솟구치고 커다란 암석들이 비산한다 여기에서는 먼지가 흩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분화구 속에서 거대한 팔뚝이 솟구친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잠에서 깨어난다 다 망하면 어떡하지 이건 걱정이라 그만둘 수도 없네 야밤인데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잘 수가 없어 초식동물들이 한 방향으로 일제히 달려가는 풍경 땅이 울리고 거대한 파열음이 울리고 나는 산마루 쪽을 본다 붉은 액체가 하늘 높이 솟구치고 커다란 암석들이 비산한다 여기에서는 먼지가 흩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분화구 속에서 거대한 팔뚝이 솟구친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잠에서 깨어난다 다 망하면 어떡하지 이건 걱정이라 그만둘 수도 없네 야밤인데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잘 수가 없어 초식동물들이 한 방향으로 일제히 달려가는 풍경 땅이 울리고 거대한 파열음이 울리고 나는 산마루 쪽을 본다 붉은 액체가 하늘 높이 솟구치고 커다란 암석들이 비산한다 여기에서는 먼지가 흩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분화구 속에서 거대한 팔뚝이 솟구친다 나는 잠에서 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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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석  l

2019년 《현대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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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호 신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