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신작시
Extra Form Output
저자 안차애 

     

 

 

 

 속초 교동9길

 

     

   

     

 

  골목의 기원은 바람의 행방이었을까요

  골목은 점점 좁아지거나 꼬리를 감추며
  바람의 영역이 됩니다

  비탈 풀밭의 왼편을 감아 돌면

  색색깔 수레국화가 바람의 얼굴을 얼버무립니다


  달려가는 담벼락 그늘과 맞닿은 처마의 둘레가 샴 고양이를 낳고요

  시시각각 개체수를 늘이는 골목, 혹은 검은 고양이들
  숨은 발자국들은 바람을 풀어 옛날을 살찌웁니다

  파밭과 개 짖는 소리를 헤치면

  아홉 살 무렵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바람이 숨고 바람이 달리고 바람이 내 잔등에 숭어리숭어리 더운 숨을 토해놓던,

  나는야 언제나 술래

  비린 냄새처럼 자꾸 번지는 것이 있어
  골목은 연신 다음 칸 또 다음 칸의 바람에 올라탑니다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은 기억의 회랑
(回廊)이

  술래의 시간을 맴도는 동안,

 

  골목 아래의 이야기가 골목 위의 목소리에 접속 중입니다

  바람이 소곤대는 방향으로 또 휘어지며,

  영토를 확장중이고요

 

 

 

 

 

 

 

 

 

 

 

 


 

신작시_안차애.png

안차애  l

2002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초록을 엄마라고 부를 때』 『치명적 그늘』 『불꽃나무 한 그루』 등이 있음. 아르코나눔도서 등 선정. 문화재단기금 등 다수 수혜.

 

 

 

 

—

2023년 1월호 신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