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이세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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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이제는 네잎클로버를 배양할 수 있대”
네가 말했다
착한 이름들이 가득 담긴
장바구니를 들고
새하얀 조명 아래
끝없이 쌓여 있는 투명한 팩 속에
신선한 행운은 1980원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마트 신선 코너에 두고 온
행운에 대해 생각한다
반듯한 행렬 속
앞차의 뒤통수 위로 떠오르는
기형 식물을 찾던 어린 날들
행운이 무엇을 가져다주는지 모르지만
서서 잠든 사람처럼 고개를 숙이고
그림자를 파헤치다 보면
찰랑이는 어둠 속 이파리들은
서로에게 기대어
해가 지기 전에는 돌아가야지
하우스, 말하면 집으로 돌아가는
잘 길들여진 개처럼
손안에 온기로
행운의 머리를 하나씩
뚝, 뚝, 끊어뜨리며
상한 재료로는 착해질 수 없다는데
터널 안으로 내리는 스콜이
차 천장을 사납게 두드린다
뒷자리에서 들려오는
바스락거리며
작게 숨 쉬는 소리
나는 합장하듯 손을 모으고
헤드라이트 너머를 바라본다
빛의 뒤편에 붙어 자란 어둠 속
빳빳하게 굳어버린 눈동자를 마주하는 순간까지
기도하는 손에서는 무덤 냄새가 난다
주인의 허락을 기다리며
벽에 박지 못한 못을 오랫동안 쥐고 있었다
끝내야겠다는 생각
그래도 되는 걸까,
생각하는 동안
물풀처럼 파랗게 물든 손끝으로
핸들을 밀어내며
너는 다정히 말한다
“도로에서 야생동물을 만나면
핸들을 꺾으면 안 돼
밀고 나가는 거야, 선을 넘지 않도록“
스콜이 거세지고
불빛들은 도로 위로
치아 같은 긴 뿌리를 내린다
어두운 물소리를 먹고 자라는
흔들리는 가로수
희미한 불빛
곧 달려 나올
무수한 그림자들
울음을 그친 적이 없는데
가루가 휘날리는 나의 목 안을 지나
고요히
터널을 빠져나온 차 안에서
우리는 젖은 것처럼 머리를 매만졌다
오늘은 어떤 요리를 해야 할까
멋진 식사를 하기 위해서

이세화 l
2016년 《시작》 등단. 시집 『허물어지는 마음이 어디론가 흐르듯』이 있음. 〈김만중문학상 신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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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호 신작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