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신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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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나호열 

     

 

 

 

 한 발짝 

    

 

     

      

 

  쓸쓸을 숫돌 삼아 붓을 간다

  스윽슥 헛된 그림자가 날이 서고

  한 발짝 건너면 다른 세상

  너에게로 간다

  여립이 가고

  봉준이가 걸어갔던 길은 보이지 않고

  신기루 같은 중얼거림이

  깃발로 나부끼는 저 먼 곳

  먹물로 살았는데 벼루는 말라

  단지를 하려니 목숨이 위태롭다

  벼 옆에 들러붙은 피를 누가 나무랄 수 있나

  한 발짝 딛기도 전에 기우뚱거리는

  대동의 깃발

  영영 붓은 무딘 칼도 되지 못하려는지

  혀를 동여맨 말들이 봉두난발 엉켜 춤춘다

  글쎄, 한 발짝 내딛기 평생이 모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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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호열  l

1986년 《월간문학》, 1991년 《시와시학》 등단. 시집 『안부』 『안녕, 베이비 박스』 등, 공저 『남양주 석실서원』 『운악산 봉선사』 『도봉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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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호 신작시